외로움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일해왔던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나간다. 작년 한 해에만 아끼던 친구 3명이 떠나버렸다. 많은 친구들을 떠나보내서 아쉬운 마음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믿고 싶었던 모양이다.
한 곳에서 3~4년 있었으니 떠난다고 해도 뭐라 할 말은 없다. 오히려 다른 비전을 찾아 떠났기에 격려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맞겠지.
이곳에서 10년 이상 넘게 있었으니 정말 많은 이들을 떠나보냈다. 몇 명은 기억도 나지 않아.
떠난 사람들은 떠난 사람들끼리 잘도 모이던데.
남은 사람은 이 세계에 이방인처럼 홀로 챗바퀴를 돌리고 있다.
문득 조직구성도를 보니 이제 본사에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곧 여기 사무실과 합쳐진다 해도 또다시 우리는 그들의 이방인이 될 뿐이다.
나는 그때 떠나야 했을까?
직전에 일 하던 회사에 기억에 남는 4분이 있다. 두 분은 공동대표였고, 다른 분은 개발팀장, 또 다른 분은 디자이너였다. 나 포함하여 총 8명이었으니 그리 큰 규모는 아니었다.
그 4분은 내가 입사 했을 당시에도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오셨고, 앞으로도 퇴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힘든 일들도 있을 테지만, 그들은 헤처 나가고 오랫동안 함께 할 것 같았다.
현재 그 분들은 아직도 같은 회사에 있으며 흐른 시간만큼이나 높은 위치에 계신다. 규모도 30명 가까이 되니 지금 옆에서 보니 잘 버티신 것 같다.
이걸 옆에서 보니 나도 그렇게 일하고 싶었었다. 힘들 수도 있겠지만, 헤처 나가고 또 버티고 견디고 싶었다. 그렇게 지내고 보니 나도 위치가 높아졌고 높은 선임으로 남았지만, 주위를 둘러보니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은 나 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홀로 나만 남아 있다.
내가 고작 이런 일에 외로움이라니.
사춘기가 온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