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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이란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 - 이현세
    2014. 8. 7. 23:50

    보통 사람을 위한 생존법


    살다 보면 꼭 한번은

    재수가 좋든지 나쁘던지

    천재를 만나게 된다.


    대다수 우리들은 이 천재와 경쟁하다가

    상처투성이가 되든지 아니면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된다.


    그리고 평생 주눅들어 살거나

    아니면 자신의 취미나 재능과는 상관없는

    직업을 가지고 평생 못 가본 길에 대해서

    동경하며 산다.


    어릴 때 동네에서 그림에 대한 신동이 되고

    학교에서 만화에 대한 재능을 인정받아

    만화계에 입문해서 동료들을 만났을 때

    내 재능은 도토리 키 재기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그 중에 한두 명의 천재를 만났다.

    나는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매일매일 날밤을 새우다시피 그림을 그리며 살았다.


    내 작업실은 이층 다락방이었고

    매일 두부장수 아저씨의 종소리가 들리면

    남들이 잠자는 시간만큼 나는 더 살았다는 만족감으로

    그제야 쌓인 원고지를 안고 잠들곤 했다.


    그러나 그 친구는 한 달 내내 술만 마시고 있다가도

    며칠 휘갈겨서 가져오는 원고로

    내 원고를 휴지로 만들어버렸다.


    나는 타고난 재능에 대해 원망도 해보고

    이를 악물고 그 친구와 경쟁도 해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 상처만 커져갔다.

    만화에 대한 흥미가 없어지고

    작가가 된다는 생각은 점점 멀어졌다.


    내게도 주눅이 들고 상처입는 마음으로

    현실과 타협해서 사회로 나가야 될 시간이 왔다.

    그러나 나는 만화에 미쳐 있었다.


    새 학기가 열리면 이 '천재와 싸워 이기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꼭 강의한다.

    그것은 천재들과 절대로

    정면 승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천재를 만나면 먼저 보내주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면 상처입을 필요가 없다.


    작가의 길은 장거리 마라톤이지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천재들은 항상 먼저 가기 마련이고

    먼저 가서 뒤돌아보면 세상살이가 시시한 법이고

    그리고 어느 날 신의 벽을 만난다.


    인간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신의 벽을 만나면

    천재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스스로를 파괴한다.

    그리고 종내는 할 일을 잃고 멈춰 서버린다.


    이처럼 천재를 먼저 보내놓고

    10년이든 20년이든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꾸준히 걷다보면

    어느 날 멈춰버린 그 천재를 추월해서

    지나가는 자신을 보게 된다.

    산다는 것은 긴긴 세월에 걸쳐 하는

    장거리 승부지 절대로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만화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그림을 잘 그리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매일매일 스케치북을 들고

    10장의 크로키를 하면 된다.

    1년이면 3,500장을 그리게 되고

    10년이면 3만 5,000장의 포즈를 잡게 된다.

    그 속에는 온갖 인간의 자세와 패션과 풍경이 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서 그려보지 않은 것은

    거의 없는 것이다.

    거기에다 좋은 글도 쓰고 싶다면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메모를 하면 된다.

    가장 정직하게 자신의 내면세계를 파고들어 가는

    설들력과 온갖 상상의 아이디어와 줄거리를 갖게 된다.


    자신만이 경험한 가장 진솔한 이야기는

    모두에게 감동을 준다.

    만화가 이두호 선생님은 항상

    "만화는 엉덩이로 그린다."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한다.

    이 말은 언제나 내게 감동을 준다.

    평생을 작가로서 생활하려면

    지치지 않는 집중력과 지구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가끔 지구력 있는 천재도 있다.

    그런 천재는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런 천재들은 너무나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우리에게 주고 우리들의 갈 길을 제시해준다.

    나는 그런 천재들과 동시대를 산다는 것만 해도

    가슴 벅차게 행복하다.


    나 같은 사름은 그저

    잠들기 전에 한 장의 그림만 더 그리면 된다.

    해 지기 전에 딱 한 걸음만 더 걷다보면

    어느 날 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정상이든 산중턱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바라던 만큼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위 문구는 내가 이 책을 사게 된 계기이다.

    책을 읽다가 다시 이 문구가 나와서 적어봤는데,

    무언가 공감대를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그래밍에 뒤늦게 입문하면서 항상 드는 아쉬움이 있었다.

    취미로 시작한 것이기는 하지만, 좀 더 일찍시작할 걸.

    누군가는 초등학교때부터 시작했다던데,

    누군가는 할아버지가 맥킨토시를 사줬다는데,

    누군가는 고등학교때부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던데,

    누군가는 대학교 도서관의 개발관련 서적들을 모두 읽었다던데, 등등 말이다.


    이쪽에 흥미가 있다보면 보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이 분야에 숨은 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의 코드를 보자면, 한 참뒤의 내모습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사람들을 따라가다보면 더욱 갭이 커지고, 어느순간에는 그냥 포기하게 된다.

    아! 나랑은 세계가 다르구나!


    지금은 약간 포기한 상태여서 마음이 편안해지긴 했지만, 그때는 한참 따라갈려고 노력을 많이 했었다.

    결국 부질없는 짓이었지만, 이런 것들을 마음에 지고 있어서 위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은 지루하지 않고 문장문장 하나가 눈에 잘 들어왔다.

    문장을 꾸미기 위한 미사어구들이 아닌 정말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눈을 통한 것이 아니고 직접 뇌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물론 읽자마자 잊어버리긴 하지만, 그래야 내 패시브 기술이 되지 않을까?

    필요할 때 시전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것들은 그냥 내 자체기술로 습득하고 싶다.


    딱딱한 내용이 아니고 본인의 이야기를 적어서 그런지 공감이 가고

    쉽게 읽혔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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