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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근일지
    이야기 2011. 8. 20. 13:24
    창 밖으로 보이는 하늘이 우울하다. 곧 비가 내릴 것 같다.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서니 예상대로 비가 몇방울씩 내리고 있다. 하지만 우산을 펼정도는 아니다.

    버스정류장은 길 건너편 조금 더 걸어야 나타난다. 회사까지는 318번 버스를 타면 바로 갈 수 있지만, 다른 버스를 타면 중간에 몇번 갈아타야한다. 그래서 횡단보도를 건널땐 멀리서 버스가 오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 만약 318번이 보이면 뛰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번 놓친 버스는 출근시간에 맞춰 여유있게 오지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은 집에서 조금 더 일찍 출발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왠지 현실에서는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

    정류장에 도착하면 막 도착할 버스와 남은 시간을 살펴본다. 318번은 보이지 않는다. 3분 후에 604번이 온다. 아마 저것을 타게 될 것 같다. 잠시 후 멀리서 604번 버스가 보인다. 얼핏봐도 출입문까지 사람들이 꽉 차있다. 버스를 놓치면 회사에 지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꾸역꾸역 밀어넣어 저걸 타고가야 할까? 차라리 조금 지각하고 벌금을 내는것이 편하지 않을까?(회사는 10분 늦을때마다 1000씩 벌금을 내야한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찰나에 버스는 내 앞을 그냥 휙~ 지나간다. 경적소리, 그리고 손짓과 함께...
    고민은 사라졌다. 지각 확정이다.

    5분 후에 다시 318번이 오지만 그것을 타면 회사에 늦을 것 같다. 2분 후에는 211번이 온다. 잠시후 나는 211번 버스 안에서 손잡이를 잡고 창밖을 보며 떨어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최종 목적지인 회사는 엑스포과학공원 내에 있지만, 211번 버스를 탄 나는 중간 지점인 '둔산경찰서'까지 갈 수 있다. 경찰서 이전 정류장인 '파랑새네거리'는 버스에 하차손님이 많고, '둔산경찰서'는 승차손님이 많다.  그래서 경찰서에서 내리면 다음 버스를 탈때 복잡하게 버스에 올라야 하고 파랑새네거리에서는 조금 한산하게 버스에 오를 수 있다. 어디에서 내릴까 잠시 고민을 하다가 둔산경찰서에 내렸다. 한 정거장이라도 회사에 가까워지면 갈아타고 갈 수 있는 버스의 경우의 수가 많아지기 때문이었다.

    막상 내린 경찰서에는 그리 붐비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아마도 휴가철이 영향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출근길이라는 것을 아침에 보았던 그 하늘이 다시 알려줄 뿐이다. 비가 또 내린다.

    다음에 올 버스를 찾아보았다. 잠시후 604번이 오고 그 뒤에 연달아 301번과 318번이 온다. 301번과 318번은 회사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는 이른바 로또같은 버스다. 평소라면 당연히 그 버스를 타야하겠지만,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604번에 올랐다. 604번은 엑스포과학공원 바로 직전인 '서구보건소'까지 갈 수 있다.

    보건소에 내리니 버스 바로 뒤로 318번이 곧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뛰어서 다행이 318번을 탔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회사에 오니 지각은 면할 수 있었다. 짧은 시간 여러대의 버스를 탔지만, 배차간격이 다행스레 맞게 들어가 운이 좋았다. 오늘따라 출근길이 길어 보인다.

    그런데, 방금전에 타고 온 318번 버스가 혹시 내가 집앞에서 기다리던 그 버스가 아니었을까? 만약 그 버스였다면 힘들게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몇분만 더 참고 기다렸으면 한 번에 회사까지 타고 올 수는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랬다면 회사까지 편하게 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시 잡았다.

    "318번에 사람이 가득 찼었다면 604번 처럼 그냥 지나갔을지도 몰라.
     그랬다면 318번을 기다린 보람도 없이 다른 버스를 기다리고 결국은 지각했을지도 모르지.
     버스가 승객이 없고 운이 좋아 타고 왔다면 별 문제 없겠지만,
     뭐 괜찮아. 오늘 지각하지 않고 잘 도착했으니까.
     그걸로 된거야."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면 오늘 하루도 그리 심심할 것 같지는 않다.




    p.s
    평소와 똑같거나 비슷한 일상적일 출근길에 대한 글을 왜 적었을까?
    우산을 들고 나오는 아침 하늘에 비가 내려 왠지 센치메탈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것으로는 아직 뭔가가 부족해.

    요즘 히가시노 게이지의 '플래티나 데이터' 라는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
    내용 자체를 상상하고 만들어내는 작가의 역량이 무척 대단하지만,
    그걸 표현해내는 문장력 자체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여기에서 저기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에도 주변에 대한 묘사, 설명 그리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주인공에 대한 묘사를 아주 자연스럽게 써내려 가면서 책의 페이지를 2~3장 쓸 수 있는 표현력이 왠지 부러워서 나도 그렇게 글을 써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때마침 그 때 비가 내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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